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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몽’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단단하고 부러지지 않는 칼을 만들려는 우리 민족의 노력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부여의 야철대장 모팔모가 부러지지 않는 강철 검을 제작하기 위해 흘리는 피와 땀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과연 고구려인은 어떻게 철기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수준은 어느 정도였을까?
철이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널리 쓰이는 소재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는 탄소(C)의 역할이 지대했다. 철 소재에 탄소함량이 늘어나면 녹는 온도는 급격하게 낮아지며 강도는 높아진다. 따라서 철 소재를 나눌 때 탄소함량을 기준으로 하며, 이에 따라 연철(iron), 강철(steel), 주철(cast iron)의 세 종류로 구분한다. 거의 철원자로만 이뤄진 소재가 연철이며, 탄소함량이 중량비로 0.05~2.0%에 이르는 소재는 강철, 2.1~4.3%에 이르는 것은 주철이다.
연철은 철원자 사이의 빈 공간에 소량의 탄소원자가 제멋대로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탄소함량이 어느 정도를 넘으면 철원자 셋에 탄소원자 하나가 기본(Fe3C)인 ‘시멘타이트’라는 강하지만 부서지기 쉬운 조직이 나타난다. 주철은 강철보다 탄소함량이 높아 시멘타이트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다. 때문에 주철은 강도가 높지만 충격을 받으면 쉽게 깨진다. 반면 연철은 강도가 약해 잘 구부러진다. 드라마 ‘주몽’에 나오는 괴련철(塊鍊鐵)은 연철의 하나인 해면철(海綿鐵)이다. 드라마에서 괴련철로 만든 검은 강도가 약해 부러지기 십상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기 쉽다.
강철은 충분한 강도를 지니는 동시에 충격에 잘 견디며, 가공과정에서 두드림이나 각종 열처리를 거쳐 그 성질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쓰임새가 가장 큰 철 소재다. 강철에 담금질 같은 열처리를 하면 단단해지는 이유는 ‘마르텐사이트’란 새로운 조직이 생기기 때문이다. 강 소재는 철광석을 녹여 직접 뽑아내기보다 이미 생산된 연철이나 주철의 탄소함량을 조절하는 제강공정에서 생산된다. 강을 만드는데 연철을 사용하면 탄소를 투입해야 하며 주철에는 탄소를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초강법이란 액체상태의 주철을 기본소재로 해 강을 만드는 방법을 말한다. 이 방법은 만주 무순의 옛 고구려성에서 출토된 화살촉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한편 고구려에는 초강법 외에도 연철로 강철을 만드는 방법이 있었다. 고구려 유물의 하나인 아차산 화살촉 조각은 분석 결과 중심부의 연철 주변을 탄소함량 0.5~0.6%의 강 소재가 에워싸고 있음이 밝혀졌다. 강도가 낮은 연철을 두드려 화살촉으로 제작한 뒤 탄소원자를 화살촉에 침투시켜 표면 근처의 탄소함량을 높였을 것이다. 높은 온도로 달아오른 목탄 속에 화살촉을 장시간 묻어두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구려에서 연철이 생산됐으며 연철에 대한 제강법이 개발됐음을 의미한다.
고구려 장인들은 연철과 주철을 함께 생산했고 이들 기본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제강법을 개발했다. 철기기술의 핵심은 탄소함량을 조절하는데 있는데, 화학조성에 대한 인식이 현대와 같지는 않았을지라도 탄소함량 조절에 관한 한 고구려인의 인식은 현대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박장식 <주몽의 초강법 비밀-현대식 강철 대량생산법의 어머니 기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