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ARI의 희로애락

 1. 내가 늦을 때, 혹시 사고가 나지 않았나 걱정하며 기다리다가 무사한 내 얼 굴을 빤히 들여다 보는 눈물 맺힌 아내의 눈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2. 같이 쇼핑할 때, 무심코 뻗어 내 손을 잡는 아내의 부드러운 손길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3. 불안한 나의 운전에도 안심하며 잠을 자는 아내의 얼굴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4. 늦잠 자던 날, 아침밥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 하며 학교에 가서 뭐든 꼭 먹으라고 당부하는 아내의 말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5. 나른한 오후, 꾸벅꾸벅 졸음이 오며 어떤 일이든지 하기 싫어 축 쳐져 있을   때, 따르릉 걸려 온 전화 속의 아내의 목소리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6. 내가 오랜 만에 설거지를 해 줄 때, 그것도 고맙다며 환해지는 아내의 얼굴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7. 시어머니가 아기를 보시느라고 힘드실 거라 하면서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해 드리자는 아내의 자상함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8.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진지하게 시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내의 뒷모습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9. 나로 인해 기분 나빴을 때, 그것을 숨기지 못하고 시무룩하게 있다가 끝내 참을 수 없어 화를 터뜨리고 마는 아내의 솔직함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10. 세일 하는 옷이라서 여기 저기 꼬깃꼬깃한 옷이지만 그래도 내가 사 주는 옷이라며 ‘어때’하며 포즈를 취해보는 아내의 몸짓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11. 학교에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다며 어쩌구 저쩌구 재잘대는 아내의 수다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12. 힘든 학교 생활이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또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생활하는 아내의 힘있는 모습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13. 아기를 낳아 툭 튀어나온 배를 바라보며 한숨짓는 아내의 여자스러움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14. 어떤 이가 불쌍하다며 흘리는 아내의 눈물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15.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내의 취미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16.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신랑, 나 사랑해?’하며 아내에 대한 나의 사랑을 회의하며 깨닫게 해 주는 것, 그것이 나의 가장 큰 행복이다.


                                    1995년 5월 2일  두번째 결혼 기념일에

                                            당신의 사랑하는 남편이

Posted by pop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