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어두워지고
눈은 펑펑 내리고 내려
온 강을 뒤덮어
강을 꼼짝 못하게 할 때
강은
강가를 붙들고 하소연을 늘어 놓았으나
강가는 그 소리 듣기 싫어서
살얼음으로 귀를 막았다.
하소연할 곳도 없고 해서
강은
숨죽이며 눈 속을 흐르다가
숨이 막힐 지경이었을 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비명 소리에 놀란 눈은
높은 산봉우리로 나 살려라 도망가고
강가는 막았던 살얼음을 팽개치고는
강에게 살살거렸다.
강도 자기 소리에 놀라고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해서
몸을 풀고는 흐르고 흘러
잰잰 걸음으로
졸졸 휘파람 불면서
봄의 바다에 안기려고 아침부터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