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ARI의 희로애락

이름(6/3)

詩 속에서 2008. 5. 30. 13:00
“신 선생님!”

  강 양이 신 선생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또 전화란다.

  뭐야 이건 또. 신 선생은 짜증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나중에 전화하라고 전해달라고 하니까, 경찰서에서 온 거라고 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가봐, 경찰서라는데. 내 기다릴게. 도망가지만 말라구”

  “무슨 소립니까. 구 선생님이나 도망가지 마세요. 곧 갔다 올 테니.”

  신 선생은 재빨리 교무실로 들어 가 전화기를 들었다. 무슨 전화인지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빨리 통화하고 바둑을 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전화 바꿨습니다.”

  신 선생은 남 좋아하는 일을 왜 방해하느냐는 듯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남부 경찰서의 이 형사라 하면서 저쪽에서도 귀찮다는 듯이 거칠고도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형사의 입에서 또 다시 이 기진의 이름이 나왔다. 신 선생은 그 놈이 기어코 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토바이 절도’라는 죄명이 들려 왔다. 형사는 아무래도 담임 선생님이 한 번 나와 봐야겠다는 것이다. 신 선생은 이번에는 속이 끓기 시작했다. 벌써 두 번씩이나 그놈 때문에 기분이 깨진 것이 영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신 선생은 수업이 다 끝나고 오후에 가겠다고 말하고 전화기를 툭 던지듯이 내려 놓았다.

  “빌어먹을, 오늘 바둑에서 이기기는 다 글렀군.”

  신 선생은 자신의 인내를 넘어서는 스트레스에 투덜거리며 휴게실로 갔다. 그러다가 조금 전에 김 선생으로부터 온 전화가 머릿속에 불현듯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김 선생님이 어떻게 29번을 알지? 수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그 놈이 결석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신 선생은 아무래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휴게실에 들러 구 선생에게 양호실에 갔다 오겠으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해 놓고 양호실로 향했다.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였다.

  양호실을 가기 위해 막 1학년 12반 교실을 지나칠 때였다. 교실에서 쩡쩡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학교에서 가장 목소리가 크기로 이름 높은 정 선생의 목소리였다. 신 선생은 정 선생의 목소리를 측정하면 몇 데시벨 정도가 될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이들은 침을 튀기며 강의에 여념이 없는 정 선생을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국 사람들을 통해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정 선생은 문학 수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신 선생은 ‘거인국 사람’이라는 말에 대학 때 배운 물리학이 생각났다. 거인국 사람이라. 그런 사람은 결코 존재하지 않아. 보통 인간의 12배나 되는 거인이 어떻게 있을 수 있어. 생각해 봐. 거인의 뼈의 세기는 직경의 제곱에 비례하니까 144배로 늘어나지만, 체적에 비례하는 몸무게는 12의 세제곱, 즉 1,728배가 되잖아. 그런데 어떻게 뼈로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는 거야. 무스를 발라 빳빳하면서도 얌전하게 빗기어 있는 신 선생의 머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도 폭음을 하고 아침에 허겁지겁 뛰쳐나왔는지, 정 선생의 제대로 빗지 못한 머리는 계속 끄덕이며 학생들에게 뭔가를 강조하고 있었다.

  “우리는 걸리버의 말을 가슴으로 느껴야 해. 그리고 우리 자신을 반성해 봐야지.”

  창문 너머로 정 선생의 목소리가 또박또박 들려 왔다. 무슨 소리. ‘걸리버 여행기’ 같은 걸로 어떻게 반성해. 통계화된 데이터와 엄밀한 일반화만이 세상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거야. 저러니 ‘어리버리’라는 소리를 듣지.

<다음에 계속>

Posted by pop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