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수입"
어제 오후 4시.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그 순간 이게 한 나라의 정부가 할 짓인가 하는 생각이 가슴부터 끓어올랐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사람이 국민을 죽이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설령 국민들이 '무식하다'고 치자.
무식해서 잘 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해 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부자면 뭐하겠는가 마음이 불안한 것을.
난 시청 앞으로 갔다.
민경준, 김찬일, 임종수, 박상현, 송종석 선생님도 같이 했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촛불들이 내 주위로 몰려 들었다.
유모차를 끌고 행진하는 어머니들을 시작으로 촛불 문화제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목청껏 외쳤다.
"협상 무효! 고시 철회! 국민이 심판한다!"
강릉에서 올라왔다는 한 여학생은 <아름다운 강산>을 불러 주었다.
아름다운 강산!
우리는 그것을 원했다.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소리 높혀 불렀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한 말씀 하셨다.
"얼마 살지 못하는 우리가 무슨 한이 있겠는가? 단지 우리 손녀 손자들을 위해 이렇게 올라왔다."
그랬다.
우리가 모인 것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내 자식들을 위한 것이었다.
문화제가 끝나고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내 앞과 뒤로 수많은 촛불들이 춤을 추었다.
펄쩍 뛰어 앞을 봐도 어디가 시작인지 보이지 않았다.
또 다시 뛰어 뒤를 봐도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았다.
을지로, 종로, 다시 을지로, 종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보문과 앞에 도착했다.
그 사이 수많은 시민들이 합류했다.
회사에서 퇴근한 넥타이 부대들, 군복을 입은 예비역들, 이쁘게 차려 입은 하이힐의 아가씨, 나란히 커플티를 입은 연인들. 재기발랄한 대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 그리고 엄마 아빠의 품에 안긴 아이들.
참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오늘도 촛불 집회가 있다.
아니 국민의 목소리가 전달될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으리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속에 촛불 하나를 더하는 것일 뿐.
작은 것은 큰 것을 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