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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간경제의 주요한 분배 체계이며 통합 형태로 ‘시장’을 든다. 시장은 재화나 용역이 거래되는 추상적인 영역이나 공간을 말한다. 예컨대, 교복시장, 영화시장, 인력 시장 등이 그것이다. 시장 외에도 ‘재분배’와 ‘호혜’라는 것도 있다. 재분배는 국가와 같은 지배기구가 잉여 물자와 노동력 등을 집중시키거나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실업․보건․노인 복지와 같은 혜택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호혜는 공동체에 있어서 혈연 및 동료간의 의무로서 행해지는 증여관계이다. 선물 교환 같은 것이 이에 속하는데, 그것은 물질적 이익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과 달리, 인간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가격에 의해 모든 활동에 결정되는데, 호혜의 의한 통합은 관습에 따라 결정된다.
세 가지 체계는 인류사의 대부분 시기에 공존했다. 호혜에 의해 통합된 고대에도 시장은 미미하게나마 존재했고, 오늘날에도 호혜와 재분배는 시장을 보완하는 소중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한다. 인류는 시장보다 효율적인 자원배분기구를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지만, 시장은 소득의 형평(衡平)한 분배를 보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때로는 정부가 개입하여 재분배 활동을 통해 소득불평등을 개선하고 시장실패를 시정하기도 한다. IMF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들이 그 예이다. 그리고 호혜는 시장이나 국가가 대신하기 어려운 소중한 기능을 담당한다. 가정에서 부모의 보살핌으로 자란 후 부모가 되어 자식을 보살피는 관행이나, 친척간․친구간에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시장과 국가가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런데 ‘호혜’에 입각한 배분 체계는 금전적으로 이득이 없다. 친구가 결혼하거나 상을 당하면 우리는 부조(扶助)나 부의(賻儀)를 전달하는데, 동일한 액수를 주고받으므로 금전적으로 이득은 없다. 오히려 예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지출하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고 먼 거리까지 가야하는 경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여 육체적, 금전적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이처럼 물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호혜활동은 왜 이루어지는가? 인간적 유대관계를 유지, 증진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적 유대관계는 물질적 풍요와 마찬가지로 행복의 기본 조건이다. 어떤 사람이 소득 증진에 필요한 시간을 줄여 가족내․친구간 교류에 기꺼이 할당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은 행복할 수가 없다는 사실로 이해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시장영역 안에서만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활동과 호혜활동 간에도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행복한 선진사회에서는 효율적인 시장과 공정한 국가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그러므로 건강한 가정도 존재하여 서로 지원하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가정은 구성원 내부의 호혜기능을 통하여 건강한 사회구성원을 양성함으로써 사회와 경제의 활력을 위한 원천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건전한 시민 사회의 필요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록 손해를 본다 하더라도 소중한 복지기능을 수행하고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시민들의 기부와 봉사의 관행이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헌창, <시장 못잖은 호혜의 역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