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ARI의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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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지금 해묵은 교육평준화 논쟁에 휩싸여 있다. 여론은 평준화를 지지하고 있으며, 교육을 경제논리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반박이 교육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경제전문가들은 효율만을 중시하고 형평의 중요성을 간과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한다. '빈곤의 평등과 부의 불평등'간에 선택하자는 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대여건은 변했는데도 변하지 않고 있는 평준화정책 기조가 아직도 효과적인지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평등주의와 엘리트주의 간의 선택은 교육에 대한 공급과 수요여건 중 어디에 치중하는 것이 사회적 이득을 증대하는가에 대한 판단에 의거한다. 사람의 능력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교육비 조달을 포함한 제반 교육기회가 불평등한 것이 사회적 문제라고 보면, 평등주의에 입각해 공급여건을 균등하게 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게 된다. 평준화정책을 채택하는 논거다. 반면 사람의 능력에는 차이가 있으므로 능력이 우월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교육투자의 사회적 이득을 극대화한다는 시각을 갖게 되면, 엘리트주의에 입각해 수요자 위주의 교육정책을 펴게 된다.

  대학교 진학률은 평준화 도입 시점에서 20%수준이던 것이 이제는 70%에 달하고 있다. 200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의하면, 학생의 기대교육수준에 대해 국민의 83%가 대학교 이상, 13%가 전문대학, 그리고 불과 4%만이 고등학교 이하로 응답한 실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학생의 기대교육목적에 대해 '학력을 차별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6%에 불과했는데 반해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가 41%, '소질개발을 위해'가 35%로 나타났다. 학력차별이 만연하고 대학문턱이 높기에 평준화정책으로 공급여건을 중시하자는 주장은 이제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교육분야에 시장논리가 적용돼야 할 여건이 구비됐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평등이라는 숭고한 이념을 지향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하향평준화라든가 공교육 붕괴라는 사회적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시대여건에 맞지 않는 낡은 정책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성장과 분배와 같은 상충성이 내재된 개념을 적정하게 조화시켜야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로부터의 교훈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다양한 형태의 경제제도가 등장했다가 사라졌지만 그 원인은 그 개념들을 적절히 수용할 제도적 장치를 구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장 일변도의 초기 자본주의, 형평을 우선시하는 사회주의가 실질적으로 사라져버린 것도 결국 이 두 개념을 충족시키지 못한데 연유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글로벌 추세라는 환경에서 세계 모든 경제가 시장경제체제를 정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신국제경제질서가 투자와 무역의 자유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것도 투자증대를 통한 세계경제의 성장극대화, 무역확대를 통한 성장이득의 배분최적화란 양대 목표를 달성할 가장 적절한 대안이 시장경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추세를 회피하기보다는 글로벌화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듯이, 동일한 맥락에서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진 민족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의 수월성을 간과하고 국제경쟁력 제고에 역행하는 교육정책을 국민에게 더 이상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 경쟁, 개방 등은 이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기본 이념이 돼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와 같은 개념이 적용되는 분야에서 교육이 예외일 수는 없다. 물론 오랫동안 고착화된 제도의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계층간 이해상충, 사회를 보는 이념간 충돌을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먼 미래를 위해서는 그만한 고통은 감내해야 할 것이다.

-김중수, <교육 평준화와 시장경제>에서

Posted by pop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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