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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는 곧 움직이는 계단이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도시인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대한 거울이기도 하다. 성급한 사람들은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그 위에서도 걷는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의 풍경을 보면, 그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성급한지를 한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 사회학자가 조사한 것을 보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토쿄의 경우,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25.2%에 지나지 않는데, 오사카의 경우에는 무려 35%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같은 일본인이라도 토쿄보다 오사카 사람들이 훨씬 더 급하게 산다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다.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서울의 에스컬레이터를 들여다 볼 때 어떠한 풍경이 나타날까? 신한국인의 의식 조사반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앞이 막혀 있지 않을 경우에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는다는 응답은 전체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조사 방법의 차이에서 정확한 대비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조급지수는 오사카 사람들의 거의 배가 된다. 교통사고율이 세계에서 으뜸가는 우리의 통계숫자를 보더라도 우리 나라 조급지수에 신빙성이 간다.
개인적 속도가 이렇게 남의 나라보다 빠르다는 것이 흉이 될 수는 없다. 이른바 후진국에 갈수록 개인 속도는 느린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후진국 사람들 중에는 완행 열차보다 급행 열차를 탈 때 요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있다. ‘빠름’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해프닝이다. 고속 사회는 선진국의 가슴에 채워지는 훈장 같은 것이다. 그러니 우리 나라가 일본보다 빠르게 사는 것에 대해 크게 한숨 쉴 일은 못된다.
그런데 이제 우리도 일본 사람 뺨치게 개인 속도가 빨라졌으니, 경제 발전도 그들만큼 빨라질 게 아니냐고 즐거운 휘파람을 부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서양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일본인 다음에는 한국인이 몰려올 차례라고 야단이다. 오랫동안 낮잠을 자온 우리들이다. 남들이 뛸 때 날아가도 모자라는 것이다. 한 발짝이라도 빨리 가자는데 눈을 흘길 사람이 있겠는가. 빨리 갈 수만 있다면 장대 위에서인들 못 뛰겠는가?
그러나 우리들의 손에 든 경제의 가시는 보지 않고 벌써부터 선진국이 된 기분을 가불해 쓰는 것이 문제다. 개인 속도가 빨라지면 사회 속도나 물리적 속도도 함께 빨라져야 된다. 이 이가 맞지 않을 때 생활의 리듬과 사회의 순환에 붕괴가 온다. 선진국의 기분을 너무 빨리 느끼려고 하다가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리지도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쉬운 예로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켰을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된다. 서비스를 하는 중국집은 느리고, 음식을 시킨 사람은 빨리빨리 가져오라고 소리친다면 제대로 된 자장면을 먹을 수 없다. 이렇게 나라 전체가 중국집처럼 되어서야 쓰겠는가?
-이어령 <고속 사회와 개인 속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