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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있기에 사람은 비로소 자연의 물질 순환체계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 사람은 농산물을 재배하여 먹은 다음 그것으로부터 영양분을 섭취하고 찌꺼기를 배설한다. 자연은 그 찌꺼기를 밑거름으로 하여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사람은 다시 그 위에 농작물을 경작한다. 이렇게 농업은 사람을 자연과 연결시키는 끈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우리 국토와 우리 환경에 대한 참된 인식은 농업을 통하지 않고는 얻기 힘들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농업은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한반도에서 살아오면서 한반도의 자연을 이용하는 최선의 지혜를 집적한 결과로 이루어진 것으로 우리 민족 정체성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말이 우리 생각의 정체성을 결정한다면 우리 농업은 우리 삶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세계화가 진척되어 인류 생활방식의 다양성을 보전하는 것과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지금, 우리 농업을 지킬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농업은 사람이 먹는 것을 생산하는 유일한 산업으로 사람의 건강과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은 설명할 나위 없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식품의 안전성은 식량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진 이후에야 확보될 수 있는 것이므로 식량 공급의 안전성과 식품의 안전성은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농산물을 우리가 공급할 수 없는 노릇이므로, 많은 농산물을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식량공급의 안정성을 보장 받기 위해서 최소한의 농산물을 우리가 생산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식품의 안전성이 다 같이 확보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용의 문제를 생각해도 농업은 지켜야 한다. 어떤 사람은 우리 농업이 국토면적의 19%와 인구의 9%를 점유하면서도 국내총생산의 4%를 생산하는 데 그치고 있는 비효율적인 산업이라 말한다. 쓸데없이 많은 토지와 인구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해 보면 농업은 9%의 인구가 국내총생산의 4%로 만족하며 국토의 19%를 돌보는, 그 나름대로 효율적인 산업이다. 우리 농업이 담당하고 있는 노동력 흡수, 지역사회 유지, 식량 공급 등의 공익적 기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농업을 지킨다는 것은 우리 국토와 환경에 대한 참된 인식, 우리의 정체성 확립 등의 의미를 가지며, 또한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식품의 안전성, 여러 가지 농업의 부수적 기능을 확보한다는 것을 뜻한다. 농업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알게 하는 어버이이며, 우리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밑천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농업을 버린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부모를 버리는 불효자가 될 뿐만 아니라, 생존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경제인이 될 것이다.
-이태호 <농업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