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ARI의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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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자들은 철학자나 성직자와는 사뭇 다른 인간관을 세웠다. 다름 아닌 ‘경제인(經濟人, homo economicus)’이다. ‘경제인’은 어떤 인간인가? 그의 특징은 바로 ‘합리성(合理性)’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합리성은 경제학에서 추구하는 올바른 선택의 전제조건이다. 그러면 합리적인 경제인이란 도대체 어떤 인간을 말하는 것일까?

  첫째, 오로지 자기의 행복만을 생각하는 철저히 이기적인 인간이다. 공리주의(功利主義) 철학의 원조 제레미 벤담이 발견한 ‘합리적 인간’은 쾌락(행복, 즐거움, 만족 또는 효용)을 추구하고 고통(불행, 괴로움, 고생 또는 비효용)을 회피한다. 무엇이 쾌락이고 무엇이 고통인지는 ‘합리적 인간’ 그 자신만 안다. 국가권력을 비롯한 그 어떤 외적 존재도 그를 대신해서 판단할 수 없다. 둘째, ‘합리적 인간’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여기서 효율성이란 최소의 비용(또는 투입)으로 최대의 성과(산출)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합리성은 윤리도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편리한 수학적 기법을 좋아하는 현대의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은 공리주의 철학을 ‘효용함수(效用函數)’라는 것에 담아놓았다. 가장 단순하게는 U=f(C)로 표기하는 효용함수는 행복의 수준과 재화 소비량 사이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실의 인간은 시기심과 동정심, 상대적 우월감을 가진 존재다. 그는 부자를 보면서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고 더 비참한 이웃을 보면서 상대적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현실에는 이타적 심성을 가진 사람도 많이 있다. 그러나 합리적 경제인은 혼자서 자기의 행복을 키우는 데만 관심이 있는 철두철미하게 이기적이고 고립된 존재다. 경제학자들이 합리적 경제인을 현실의 인간과 다르게 만든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개인의 행복이 자기의 재화 소비량만이 아니라 이웃의 재화 소비량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하면 너무나 복잡해서 분석을 위한 수학적인 모형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모형을 만드는 데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모두 합쳐 세 가지를 넘으면 곤란하다. 변수가 둘이면 평면으로 보여줄 수 있고 셋이면 입체로 그릴 수 있지만, 그보다 많으면 인간의 직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다차원적 공간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왜 경제학자들은 수학적인 모형을 만들려는 것일까? 그래야만 현실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제학은 다른 사회과학보다 훨씬 더 분석의 정밀성을 갖게 되었고, 지식의 체계적 축적이 가능하게 하였으며, 완전하지는 않지만 미래 예측력을 갖게 되었다. 이제 경제학은 ‘사회과학의 여왕’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고, 경제학자는 ‘현대의 예언자’라고 불러도 좋은 존재가 됐다. 이렇게 보면 경제학자들이 합리적 경제인을 현실의 인간과 다르게 만든 것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론을 구원하기 위해서다.

  경제학 세계의 인간은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이것은 증명하지 않고 참으로 인정하는 명제, 즉 공리(公理, axiom)다. 경제학 이론은 이 공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경제학을 이해하려면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 인간’을 인정하고, 그가 내리는 모든 자발적인 경제적 선택을 ‘합리적’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기독교도들이 예수의 부활을 믿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경제학도는 이 공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신성한 경제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유시민 <합리적 경제인이란>에서

Posted by pop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