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ARI의 희로애락

 대부분의 예술가들처럼 일부의 과학자들은 언어로 생각하지 않고 정신적 형상들과 근육적 긴장들로 생각한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방법으로 자신의 과학적 사유들이 이루어졌다는 것말한 바 있다. 이 방법들을 심오한 추리 단계에까지 적용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언어와 공식으로 ‘번역’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은 그 초기 단계에서 사고의 가장 충실한 표현인 셈이다.

 예술의 ‘언어’는 특정한 질서 속에 조립된 기호들로 구성되며, 예술가는 그가 재현코자 하는 대상과의 내적, 근육적 동일시에 의해 기호들을 창조한다. 거의 환상적인 이러한 동일시가 예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형태, 힘, 상호 작용 등에 입각한 상상적 실험에 정신을 집중할 때, 자신을 단백질의 분자구조와 동일시하게 되었다는 기록이 그 증거이다.

 요컨대 과학은 대부분 논리적 및 분석적 사고에 기초하고, 예술은 주로 상상적 및 종합적 사고에 기초한다는 구별이 제법 널리 통용되는데, 이러한 구별은 실로 인위적이며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술가들과 과학자들은 그들이 해내고자 한 것을 완성시키기 위해 두 종류의 사고 모두에 의존할 필요가 있다. 달리 말해서 예술과 과학이 모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은, 예술이 감각지각들의 잠재의식적 영역으로부터 유래하는 반면, 과학은 합리적인 숙고로부터 유래한다고 믿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창조도 예술적 창조와 마찬가지로 무의식적인 것에 의해 촉발된다. 또한 어떤 예술작품도 궁극적으로는 과학자가 과학적 연구에서 사용하는 합리화와 비슷한 방법으로 객관화된다.

-김문환, <과학과 예술의 비교>에서

Posted by pop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