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ARI의 희로애락

  사람이 만드는 소리에는 문화가 담긴다. 나라마다 겨레마다 고유한 문화가 배어든다. 우리 겨레가 곱게 만드는 소리에는 고유한 삶과 얼이 배어 있다. 쇠종을 치면 은은한 울음소리가 땅 속을 휘돌아 산등성이와 마을로 퍼져나간다. 남창 여창의 곡조는 힘차고 간드러지며 끊어질 듯 이어진다.

  전통 소리 가운데 가장 가슴 깊숙히 스며드는 소리, 그것은 다듬잇돌 소리이다. 다듬잇돌 치는 소리는 그 자체가 삶의 소리라서 생동감이 돈다. 다듬잇방망이가 내는 소리는 억눌려 살아온 조선 여인의 한과 세상살이의 신명이 함께 들어 있다.

  다듬잇돌은 소박한 자연미를 지닌 견고한 생활도구이다. 풀먹여 거칠어진 옷감은 다듬잇돌 위에서 다소곳이 방망이를 맞아서 곱게 펴진다. 오랜된 다듬잇돌은 반들반들 윤기가 감돈다.

  양반가의 며느리건 서민 살림을 맡은 부인에건 다듬이질 할 때에는 모두 한 마음이었다. 새벽부터 밤 늦도록 웃어른 심기 살피랴, 아이들 걱정하랴 편할 날이 없었다. 종종걸음으로 밥짓고 바느질하고 빨래하고 소제해도 언제나 일은 끝이 나지 않았다. 남정네의 무심은 또 어떠했는지, 꽉 막힌 벽은 사방을 둘렀다.

  다듬이질은 이 벽을 허물어내고 마음을 다스리는 기회였다. 힘차게 내려치다가 슬몃슬몃 조절하고 다시 방망이를 높이 든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나 동서가 같이 짝이 되어 두 사람이 네 개의 방망이를 번갈아 두드리기도 한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해도 방망이질 장단은 잘 맞았다.

  마을에서 울려 나오던 이 다음잇돌 소리는 한국의 정서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소리가 되었다. 서울 올림픽 폐막식에서 울려나온 다음잇돌 소리가 소리가 세계인의 귀를 사로 잡은 것은 한의 정서뿐 아니라 신명이 더해진 그윽한 소리였던 까닭이다.

-최성자, <한과 신명의 소리 - 다듬이>에서

Posted by pop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