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참으로 말을 많이 하면서 살게 되었다. 여러 가지 모임도 많고 선거도 많아서 우리는 좋거나 싫거나 여러 모임에서 축사나 발언도 해야 되고 입후보자들이 토해내는 선거 연설도 귀 아프게 듣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남들에게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표준 한국어'다. 이것은 직접 외국사람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절실하게 느끼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대중의 언어생활은 어떠한가? 우리말은 음운과 어휘·어법 면에서 규범이 무너지고 비규칙적인 면이 많이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일반 대중들의 언어생활이 어떤 면으로 보면 혼란스럽고 규범어 규정과는 너무나도 어긋나는 면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언어생활을 하게 된 것은 우선 1945년 이후 우리 사회가 급격히 변화한 데서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50년 이후 우리 겨레는 역사상 가장 혹심한 시련을 겪으면서 남북으로 민족의 대이동이 있었으며, 농촌 중심 사회로부터 최첨단 현대화 사회로 변화하면서 농촌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 이하로 감소하고, 각 지역 출신들이 서울 등 큰 도시에서 혼거하게 되어 각 지역어도 뒤섞여 쓰이게 되었다. 교육의 보급과 사회적인 변동에 따라 전 국민이 완전히 평등하게 되어 경어법 등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게 되었다.
말은 언제나 대중의 관용을 따라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말은 관용을 바탕으로 해서 변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규범어를 기준으로 해서 볼 때, 분명한 오용은 관용과 구별해야 할 것이다. 대중의 관용을 따른다고 몇 십년 시기를 기한으로 하여 규범어를 자꾸 바꾸어 간다면 국가적인 표준어, 즉 규범어를 바탕으로 한 통일된 언어생활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혼란스러운 오용들은 철저한 교육을 통해서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표준화법도 성립될 수 있다.
언어가 바로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문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일반 대중이 자유분방하게 사용하는 언어를 어떤 규범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세계의 수천 개 언어 가운데에서 사용 인구가 13위라는 7천만의 한국어는 지역 공통어인 사투리나 은어와 속어와는 다른, 품격 있고 높은 문화 수준이 반영된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어야 될 것이다.
-강신항 <오늘날의 언어 현실과 표준 화법의 중요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