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ARI의 희로애락

1. 내가 교직에 들어온 이듬해 한 학생의 따귀를 32대를 때렸다. 32대를 때렸다는 사실도 난 몰랐다. 나중에 맞은 학생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32대였다. 난 그때 왜 때렸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내가 무슨 일로 화가 단단히 났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난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때렸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어느날 난 문득 그 학생이 나를 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왜 날 피하냐고 했던 것 같다. 그때까지도 난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물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학생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에 난 화들짝 놀랐다.
  "제가 32대를 맞을 만큼 잘못했나요?"
  아주 차갑고도 날카로운 비수와 같은 목소리였다. 그 애는 자신이 장난으로 한 것을 내가 오해해서 잘못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억울하게 따귀를 맞았다고 나에게 항변하고 있었다.
  그날 난 한숨도 못 잤던 것이 기억난다. 그 애가 겪었을 마음의 고통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 다음 날. 난 그 학생을 불렀다.
  "내가 잘못했다. 네가 얼마나 마음 아팠겠니?"
고 말하면서 사과를 했다. 난 속으로 그 애가 사과를 안 받아 주면 어쩌나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애게서 미소와 함께 돌아온 말이 나를 마음 편하게 했다.
  "괜찮아요."
  어쩌면 난 그 애보다 못한 교사였는지도 모른다.

2. 가출을 한 애가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애의 엄마, 아빠는 매우 착하고 아들을 무척 사랑하는 분이었다. 난 그 애가 그런 부모의 사랑을 몰라주고 자기 생각만 하는 애로 보였다. 한 번은 그 애를 학교 지하 교실로 데려갔다. 몽둥이를 들고 50여대를 때렸다. 애가 정신 차리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 애는 순순히 맞았다. 난 그 때 그 애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애는 또 가출을 했다. 얼마 후 그 애와 부모로부터 들려온 얘기가 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50대는 너무 심했어요."
  이유야 어떻든 때린 내가 잘못이었던 것이다. 난 그 애에게 사과를 했다.

  한 여학생이 체벌을 받은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를 보면서 가슴 한 구석에 가시처럼 나를 찌르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정말 후회스럽다. 애들을 때리는 것이 교육이고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아마도 내가 학창시절 맞으면서 컸는데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도 같다. 그 애들을 다시 만난다면 난 또 이렇게 말하겠다.
  "내가 잘못했다."
Posted by pop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