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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서로 쫓아다니고, 여기저기에 숨고, 아무 거리낌없이 붙어서 뒹구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그리고 동물들은 그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심지어 육식 동물들은 흔히 사냥이나 싸움에서 보이는 행위, 예컨대 물어뜯기와 같은 행위를 서로에게 할 때가 있는데, 신기하게도 그것이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도리어 동물들의 흥을 돋구는 것처럼 보인다. 이
것은 곧 동물들도 인간처럼 ‘놀이’를 즐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놀자’는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하고, 놀이를 하는 동안 어떤 규칙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 사이에는 심각한 사태가 야기될 것이다.
어린 개과 동물들(개, 늑대, 코요테 등)의 놀이를 수년 동안 연구한 마크 베코프는 그 동물들이 특정한 놀이신호를 서로에게 보내고, 일정한 규칙을 지킴으로써 놀이를 지속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개과 동물들은 엉덩이를 세우면서 앞발로 웅크리는 행위를 한다. 그것은 인간의 ‘절’과 흡사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 행위는 짖으면서 꼬리를 흔드는 행위와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 행위는 상대를 물고 빠르게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행위가 이루어지기 직전이나 직후에 가장 많이 나타났다. 물고 머리를 흔드는 행위는 심각하게 공격적이고 약탈적인 싸움 동안에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따라서 개과 동물들은 물릴 예정이거나 물린 상대에게 ( ㉠ )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절’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개과 동물들이 놀이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역할 바꾸기’와 ‘스스로 약자 되기’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는 사실도 관찰되었다. 어떤 코요테는 상대를 가능한 물지 않으려고 한다거나, 힘을 조금만 사용한다고 한다. 붉은목왈라비는 상대의 나이에 따라 힘과 행위를 조정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상대의 나이가 어리면, 나이 많은 왈라비가 방어적이고 다리가 불편한 듯한 자세를 취하고, 상대의 행동에 좀더 많이 참는 것처럼 보이며, 때로는 드러눕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왕위 다툼 같은 상황에서는 패배와 직결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 동물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놀이의 지속을 위한 의사 표현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동물들의 물고 흔드는 행위가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놀이가 되는 것은 그들 나름의 의사전달과 규칙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규칙이 있는 놀이를 통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놀이는 어린 새끼들이 예기치 못한 환경에 대비할 수 있게 하는 훈련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동물들의 놀이에도 사회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베코프는 불공정하거나 무섭게 군 코요테가 어린 코요테들과 노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고한 적이 있다. 이것은 놀이의 규칙을 지키지 않은 동물은 가벼운 벌칙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들도 인간처럼 놀이를 통해 사회적 규칙을 배우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인간만이 사회화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중심주의적인 생각일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그런 인간중심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좀더 많은 비교론적·진화론적인 연구를 수행한다면 우리는 ‘똥개’가 아닌 ‘견공’의 존재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크 베코프, <동물에 귀기울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