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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0년 전 러시아가 농구공만한 금속구(球)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어로 ‘동반자’라는 뜻의 스푸트니크 1호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스푸트니크 이후 지구의 동반자로 지구 주변을 맴돌았던 지름 10㎝ 이상의 인공물체는 2만6000개가 넘었다. 현재 미국 우주감시망에 따르면 지구 궤도에 떠 있는 인공물체는 8000개 이상인데, 이 가운데 560개가 인공위성이다.
초창기 발사체는 가벼운 위성만 우주로 올릴 수 있는 한계 때문에 세계 각국의 최초 위성은 모두 소형 위성이었다. 1970년대 이후부터는 통신방송위성, 정찰위성을 중심으로 1t이 넘는 대형 위성이 등장했다. 특히 통신방송위성은 1990년대 이후 4∼6t으로 덩치가 커졌다. 키홀(KH-12) 같은 정찰위성은 무게가 19t에 이른다. 지금까지 발사한 인공위성 중 가장 무거운 것은 현재 16개국이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다. ISS가 완성되면 470t이 넘을 전망이다. 그런데 요즘 스커트뿐 아니라 전자기기에도 불고 있는 미니 열풍이 인공위성에도 몰아치고 있다. 소형 위성은 무게에 따라 미니위성(100∼500㎏), 마이크로위성(100㎏ 안팎), 나노위성(10㎏ 안팎), 피코위성(1㎏ 안팎)으로 나뉘는데, 1990년대 이후 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MEMS) 같은 소형화 기술을 인공위성에 적용하면서 소형 위성이 다시 뜨고 있는 것이다. 사실 소형 위성의 아이디어는 우주전쟁이라는 군사적 용도에서 먼저 나왔다. 수톤씩 되는 위성은 유사 시에 금방 발사하기 힘들지만 소형 위성은 수주 또는 짧은 시간 내에 여러 대를 동시에 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형 위성은 군사용 외에도 다양하게 쓰인다. 지구 재난감시 위성무리인 DMC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2∼2006년에 영국을 비롯한 알제리, 나이지리아, 터키, 중국이 100㎏ 안팎의 소형 위성을 각각 1기씩 발사해 구성됐다. 5기의 마이크로위성은 해상도 30m급 이상인 카메라를 장착해 전 세계 자연재난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2005년 발사한 영국의 관측위성 톱샛은 작지만 매서운 ‘우주의 눈’이다. 승용차와 트럭을 구별하기에 충분한 2.5m 해상도의 영상을 보내기 때문이다. 비슷한 능력의 중대형 위성에 비해 개발비용이 20% 이하지만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할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776㎏의 아리랑 위성 2호가 촬영한 영상이 해상도 1m급임을 감안하면 톱샛은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한 셈이다. 우주에서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을 시험하고 검증하는 역할도 소형 위성의 몫이다. 미국의 오비털 익스프레스 프로젝트는 고장이 나거나 연료가 떨어진 위성은 버려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바꿨다. 지난 3월 ‘아스트로’라는 서비스 위성이 224㎏짜리 파트너 위성 ‘넥스트샛’에 다가가 연료를 주입하고 고장 난 컴퓨터를 교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보통 2t이 넘는 ‘헤비급’ 통신위성의 자리를 넘보는 소형위성도 있다. 영국의 SSTL사가 개발해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서부아프리카에 통신서비스를 할 예정인 400kg짜리 제미니가 그 주인공이다. 특정 지역 상공에 머물러야 하는 통신위성은 고도 3만6000km의 정지궤도로 한정돼 있어 지난 40년간 줄곧 대형화돼 왔던 것을 생각해 보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도 과학기술위성과 한누리 같은 소형 위성을 이용해 우주용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 태양전지판, 별 센서(별을 관측해 위성의 자세를 잡는 센서) 관련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앞으로 주먹만한 초미니 위성이 대형 위성의 자리를 위협할 날도 멀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이충환 <작고 똑똑해진 스푸트니크 후예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