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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임’은 고기를 소금물속에 집어넣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전혀 새로운 조리 기술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고기에 마른 소금을 그냥 문지르는 것도 절임이라고 오해하기도 하는데, 그 둘은 같으면서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과연 ‘절임’은 어떤 것이고, 그것은 왜 하는 것일까?
보통의 고기 세포는 긴 원통형의 단백질 섬유로, 여러 가지 물질이 녹아 있는 액체 성분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물 분자를 통과시킬 수 있는 막, 즉 반투막으로 된 세포막이다. 이러한 세포가 1ml당 물분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소금물 속에 들어가면, 자연 상태에서는 소금물 쪽에서 적은 쪽, 그러니까 세포 쪽으로 물 분자를 보내 농도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물 분자의 비율이 높은 용액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삼투’라고 하며, 이렇게 막을 사이에 두고 삼투가 일어나도록 만드는 압력을 삼투압이라고 한다. 고기를 소금물에 절이는 것과 고기에 마른 소금을 뿌리는 것은 모두 삼투와 관련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정반대의 현상을 보인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금물’과 ‘소금’이라는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삼투 현상은 세포막 양쪽, 그러니까 안쪽과 바깥쪽에 있는 물의 비율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고기를 소금물에 절일 경우 소금물보다 고기에 물의 비율이 더 낮다. 그러나 고기에 마른 소금을 뿌리면 소금 일부가 음식 표면의 물기에 녹아 아주 농도가 높은 소금물 막을 형성한다. 워낙 소금의 농도가 높기 때문에 이 막에는 세포의 안쪽보다 물의 비율이 낮다. 따라서 고기를 소금물에 절일 경우 물분자는 세포 안쪽으로 이동하지만, 고기에 소금을 문지르게 되면 물 분자가 바깥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결국 고기에 마른 소금을 문지르는 것은 고기를 말리기 위한 것인데 반해, 고기를 소금물에 절이는 것은 육즙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절임이 고기의 육즙을 풍부하게 하는 것은 삼투 외에 소통 확산 때문이기도 하다. 세포에는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이 매우 적다. 그러나 고기를 절이기 위해 만드는 바깥의 소금물은, 보통 물 4l 정도의 소금이 한 컵에서 여섯 컵 정도 녹아 있는 농도이므로 이온들이 풍부하다. 이럴 경우에도 자연 상태에서는 농도 평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방법이 소통 확산이다. 세포 바깥쪽에 있는 많은 이온들은 막을 통해서 세포를 향해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이 물을 포용할 수 있는 양이 늘어난다. 그 결과 좀더 물기가 풍부한 고기가 만들어진다. 나아가 이럴 경우 고기는 더욱 부드러울 수 있다. 왜냐하면 좀더 많은 물과 결합한 단백질의 구조가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이 없어서 별로 고소한 맛이 없는 고기, 예컨대 칠면조고기처럼 하얀 고기나, 요리하면 건조해지는 돼지의 허릿살을 조리하는 데 절임의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다.
인류는 절임의 방법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아마도 기나긴 항해 중에 누군가가 고기를 바닷물에 넣어두었는데 꺼내 보니 육즙이 많아지고 요리했을 때 맛도 더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절임의 시초일지도 모른다. 그 후 사람들은 그 원리야 어떻든 일단 음식 맛이 좋으니까 절임을 해 왔을 것이다. 고기를 어느 농도의 소금물에다 어느 정도나 담아 두어야 좋은가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답이 없다. 아마도 과학적 원리보다도 요리사의 손맛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임의 과학적 원리를 말하는 것은 요리가 비과학적으로 보이지만 얼마든지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알았으면 하는 뜻에서다.
-로버트 I. 월크 <아인쉬타인이 요리사에게 들려준 이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