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ARI의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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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세워진 페트로나스 타워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10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바깥에 세워졌다는 의미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한 규모는 2020년까지 말레이시아를 선진 산업 국가로 도약시키겠다는 국가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것의 중요성은 국가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엄청난 높이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미국이나 유럽의 기존 마천루가 주는 의미에서도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상징으로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페트로나스 타워는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 건축가 시저 펠리는 페트로나스 타워를 설계하면서 기하학적 패턴에 더 큰 상징성을 부여하는 회교적인 전통을 깊이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건물의 외양을 12각별 모양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왜냐하면 12각별 모양이 건물을 우아하게 보이게 하면서도 사무실 공간을 확보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물주로부터 회교 전통을 조금이라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을 요구받은 그는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8각별 형태를 채택하였다.

그런데 그것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8각별 모양으로 건축하게 되면 외부 벽체가 중심부의 코어와 너무 가까워 공간 사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던 펠리는 두 개의 사각형을 기울여 포갬으로써 만들어지는 8각별 모양을 수정 제안하기도 하였지만 말레이시아의 수상까지 나서 회교 전통을 강조하였기에 정사각형을 포갠 8각별 모양은 유지해야 했다. 대신 펠리는 8각형의 별모양이 겹치는 부위에 8개의 반원형을 포개 전체적으로 16부분으로 나뉜 형태를 다시 제안하였는데, 이로써 사무실 면적 평균 효율이 초고층빌딩으로서는 양호한 77%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중시된 것은 1900만명에 이르는 회교도들의 전통이었다.

한편 현대건축운동에 있어 건축가들은 일반적으로 대칭적으로 배열된 한 쌍의 건물을 구상한다. 한 쌍의 건물들은 보통 다른 높이로 지어지는데, 만일 양 건물의 높이가 같을 경우 서로 사선으로 배치되기도 한다. 건물도 조각처럼 ‘자유로운 공간에 배치된 자유로운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치로 건물들의 대칭성만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건물들 사이에 독특한 공간이 창출된다. 각각의 건물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축을 이루고 있으면서 내부 공간을 만들어내는 구성요소인 것이다. 페트로나스 타워에서도 두 건물을 통한 그러한 공간 창출을 볼 수 있다.

페트로나스 타워의 공간 창출은 미학적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 두 건물들 사이의 빈 공간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는 시각적인 힘은 양 건물의 중간을 연결하는 스카이브릿지와 이를 지지하는 8자 형의 구조물에 의해 창조되었다. 스카이브릿지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고, 한 쪽 건물에서 화재가 났을 경우 비상대피로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능적 요소만을 스카이브릿지와 그 지지 구조물에서 본다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다. 그것들은 하늘에 놓인 170미터 높이의 관문을 창조해냈다. 이는 마치 무한을 향해 놓인 입구처럼 보인다. 이러한 빌딩의 모습은 말레이지아의 전통에서 유래된 것은 아니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선 처음으로 보이는 것이기에 영원히 이 곳의 명물로 인식될 것이다. 파리하면 에펠탑이 생각나듯 말레이시아 하면 페트로나스 타워가 생각난다는 말이다.

페트로나스 타워는 단순한 업무용 복합 공간이 아니다. 시저 펠리는 ‘이 두 빌딩은 기념물이 아니라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살아 있는 건물이다. 우리는 건물이 살아 있도록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의 말이 결코 자화자찬이 아님은 이 마천루가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고층건물로 꼽혔다는 데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닐 파킨 <우리 세계의 70가지 경이로운 건축물>
Posted by pop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