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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긍정 심리학으로 유명한 칙센미하이 교수가 방한하면서 ‘몰입(Flow)’이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에 의하면 ‘몰입’은 어떤 활동에 집중할 때 일어나는 최적의 심리적 현상으로 정의된다. 일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마치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일을 진행하는 상태가 몰입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특정한 대상에 빠져든다는 점에서 ‘중독’과도 비슷하다. 마음이 없이는, 그리고 거짓된 마음으로는 무엇에 몰입할 수도 중독이 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중독은 어떤 특별한 행위에 지나치게 빠져 과도하게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을 말한다. 자신의 힘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할 만큼 심하게 의존하는 상태가 중독이다. 중독이 되었을 경우 그 대상이 더 이상 곁에 존재하지 않으면 정신적인 공황 상태까지 일어나 기도 한다. 하지만 몰입은 행위가 끝나고 난 뒤 성취감과 행복감을 맛보지만 그것에 아쉬움이나 집착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몰입 뒤에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는 없다. 빠져들었던 대상이 사라졌을 때 일상생활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에 따라 중독과 몰입은 구별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몰입과 중독은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몰입이냐 중독이냐를 구별하는 또 다른 기준이 필요한데, 그것이 사회적 관계의 양상이다. 뭔가에 중독된 사람은 오로지 행위와 개인만을 생각하며 타인을 고려하지 않아 대인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심지어는 타인에게 심각한 위협이나 불행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나 몰입은 행위와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복도 고려한다. 예컨대 예술가들의 몰입은 사람들의 예술적 쾌감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는 몰입이란 예술가나 암벽 등반가와 같은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묵묵히 맡은 일을 하고, 관례에 따르기만 하면 됐기 때문에 얼마나 몰입해서 일을 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하루에 몇 시간을 일했는지가 성과의 중요한 지표였다. 하지만 지식산업사회가 시작되면서, 새롭고 창조적인 일이 중요해졌다. 하루에 자동차를 몇 대나 만들었는지보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개발했는지가 성공의 지표가 된 것이다. 이때 지식과 함께 필요한 것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몰두하는 열정이다. 최근 몰입이 심리학자뿐 아니라 교육계나 산업계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식사회는 점차 일에 몰입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도록 사람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몰입하다 보면 중독이 될 위험성이 높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욱이 과거에는 술이나 도박, 마약 등에만 중독이라는 단어를 붙였지만, 요즘은 일, 사랑, 휴대전화, 운동 등 ‘중독’이라는 꼬리표가 새롭게 붙여지고 있다. 이른바 특정 행위가 아니라 일상 생활의 한 부분들에 중독되는 ‘생활중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 따라 우리는 예전에 비해 중독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뭔가에 미치는 것은 아름다울지 모른다. 그러나 지나치게 집착하고 자신에게만 빠질수록 가족이나 친구, 연인,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대해 신경 쓸 여유는 없어진다. 몰입이 중독으로 빠지지 않게 하는 자기 절제와 사회적 관계에 대한 관심, 그것이 현대인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성영신 <몰입과 중독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