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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한 방울의 피에 들어있는 적혈구의 수는 약 3억 개이다. 몸 전체에 무려 25조 개나 퍼져 있는 눈부신 붉은 보석이 바로 피의 주인이다. 최근 적혈구가 질병 진단의 떠오르는 샛별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하지 못한 적혈구는 변형능이 떨어지고, 연전현상을 일으키는데 그 비율을 알면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이다.
(나) 변형능은 모세혈관을 통과할 때 적혈구가 길쭉하게 변하는 성질이다. 현미경으로 본 적혈구는 가운데가 막힌 도넛처럼 둥글넓적한 모양에 지름이 7~8μm(1μm=10-6m)이다. 그런데 적혈구는 지름이 4μm 밖에 안 되는 모세혈관까지 통과한다. 적혈구는 핵이 없어서 유연하고 그 덕분에 좁은 모세혈관을 휘어진 채로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적혈구는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바람이 빠져 유연해진 타이어처럼 모양이 자유롭게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연전현상’(rouleaux)은 적혈구가 마치 기차놀이를 하는 것처럼 한 방향으로 달라붙는 현상이다. 모양이 엽전을 꿴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 만약 적혈구가 건강하지 못하면 변형능이 떨어져 단단하게 굳어진다. 변형능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선 적혈구의 노화설이다. 노화로 인해 세포막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 적혈구는 전체적으로 표면적이 줄어들게 되고, 그에 따라 바람이 꽉 차 있는 타이어처럼 팽팽해지면 변형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또 다른 설은 ‘당화’설이다. 당화는 적혈구 세포막에 긴 사슬 구조의 당 물질이 붙어 엉기는 현상으로 당뇨병과 같이 혈당이 높아지는 병에서 관찰된다. 당화가 일어나면 적혈구 표면이 코팅되며 갑옷을 입힌 것처럼 단단해진다. 적혈구 특유의 유연성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라) 연전현상은 재미있는 놀이인 것 같지만 문제아들이 벌이는 장난이라 할 수 있다. 건강한 적혈구는 표면에 음전하를 띠면서 서로 밀어내기 때문에 서로 모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혈구 주변에서 혈장의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층이 생기면 삼투압이 발생해 농도가 낮은 적혈구 표면에서 농도가 높은 주위 혈장으로 물이 빠져나간다. 고체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액체가 빠져나가면 고체 주위에는 순간적으로 물질이 희박한 층이 생기는데 이 상태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고체 표면과 결합해 안정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혈액 내의 적혈구도 불안정한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주변의 다른 적혈구와 결합하는 것이다.
(마) 그 동안 혈액검사에서는 혈구의 조성과 비율, 혈액의 생화학적 특성에만 치중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는 적혈구의 상태를 검진에 이용하자는 주장이 늘어나고 있다. 변형능이 떨어지고 연전현상이 일어나면 적혈구는 모세혈관을 통과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그렇게 되면 심혈관계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모세혈관이 많은 신장 같은 기관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심장에서 발뒤꿈치까지 우리 몸을 구석구석 잘 아는 적혈구만이 가지는 톡톡 튀는 개성, 그 개성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 윤신영 <톡톡 튀는 개성으로 무장한 변신의 귀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