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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괘는 사람의 운명을 점칠 때 주로 사용된다. 팔괘의 각각의 괘는 여섯 줄로 되어 있으며, 각 줄에는 음과 양을 뜻하는 기호가 자리를 잡는다. 한 줄에 나타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두 개이고 이런 줄이 여섯 개 있으므로, 결국 하나의 괘가 가질 수 있는 모양은 2X2X2X2X2X2=64종류가 된다.
<보기> | ||||
첫 번째 괘를 얻는 방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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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은 서죽 |
나머지 |
나머지 합 |
1차시도 |
왼손 |
27 |
3 |
5 |
오른손 |
22 |
1 | ||
2차시도 |
왼손 |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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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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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시도 |
왼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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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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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괘 중 하나의 특정한 괘에 도달하려면 양자택일 형태의 무작위 추출 과정을 여섯 번 반복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50개의 서죽(筮竹) 줄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먼저 50개 중 한 개를 한쪽 구석으로 치워놓고 쓰지 않는다. 나머지 49개를 아무렇게나 두 묶음으로 나눈 뒤에 왼쪽 묶음의 개수를 4로 나눈 나머지를 기록해 둔다. 이때 나머지가 0이면 4로 간주한다. 그리고 오른쪽 묶음에서 다시 한 개를 뺀 뒤에 역시 4로 나눈 나머지를 구한 다음, 뺀 한 개와 앞서 구했던 왼손의 나머지와 더해 그 수를 기록한다. 예컨대 <보기>와 같이 왼쪽 묶음의 나머지가 3, 오른쪽 묶음의 나머지가 1이면 오른쪽 묶음에서 뺀 한 개와 합하여 5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의 과정이 끝나면 나머지에 해당되었던 서죽을 빼고 다시 두 묶음으로 나눠 똑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고 세 번째도 역시 첫 번째, 두 번째 과정에서 얻어진 나머지를 제외한 서죽을 이용하여 앞의 과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하여 얻어진 세 개의 나머지 수를 다시 더하여 얻어진 결과에 따라 한 괘의 음, 또는 양이 결정되는 것이다. 즉 짝수면 음, 홀수면 양의 괘를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섯 줄짜리 괘를 완성하려면 지금까지 서술한 전체 과정을 여섯 번 반복해야 한다.
단순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 불과한데, 중간 과정이 왜 이렇게 복잡한 것일까? 인간은 신의 섭리를 엿보기 위해 점(占)을 치는데, 그때 인간의 의지를 가능한 한 억제하고 신의 섭리가 외부의 요인 때문에 왜곡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서죽을 이용한 방법이이다. 그것은 확률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작위 추출이다. 중국인들은 역술가들이 서죽을 나누고 헤아리는 행위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의 섭리의 일부가 된다고 생각했다. 즉 무작위성은 하늘의 섭리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서죽을 이용하여 나머지를 구하는 과정이 꽤나 복잡해 보이지만 음이나 양이 나올 확률은 수학적으로 계산해 봐도 50%, 즉 동일하다. 이러한 사실도 괘의 결정에 있어 인간의 의지가 개입할 수 없게 만든다.
이렇게 고대 문명이 싹트던 무렵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 기술, 지식 등을 완전하게 배제한 상태에서 무언가를 무작위로 선택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오늘날에도 그것은 여러 모로 중요성을 갖는다. 무작위 추출은 모든 이에게 공정을 기하고 분쟁을 막기 위해서 필요할 때가 있다. 어떤 일을 하다 보면 참여자의 힘, 지식, 지위 등에 의해서 결과가 조작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경쟁자와 동일한 기회를 갖고 있는지 눈치를 살피게 되고, 만약 자신에게 불공정한 결과가 주어지면 불만을 갖게 되며, 심한 경우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무작위추출에 작용하는 것은 오직 행운뿐이고, 그것만큼은 사람들이 아무 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또 둘 중 어느 하나가 특별히 우월하지 않고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동전을 던짐으로써 여러 가지 이득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결정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두 가지의 가능성을 분석하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고, 또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감에서도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무작위 추출은 옳은 길은 아닐지라도 최선의 길은 될 수 있다.
-<팔괘와 확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