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ARI의 희로애락

겨울 관악산

山 속에서 2008. 5. 31. 10:45

오늘 관악산에 올랐다.

심신을 추스리고 싶었다.

오후 1시.

관악산 입구에서 연주대를 향하여 걸었다.

호수공원을 거치고, 제4야영장에서 아이젠을 끼웠다.

얼마전 내린 눈이 얼어 미끄러울 것이 틀림없었다.

오후라 내려 오는 사람은 많아도 올라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길은 눈과 얼움으로 미끄러웠다.

등반한 지 1km 지점까지 길은 완만했다.

내려오는 사람 중에는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나는 때때로 멈춰 서서 내가 올라온 길과 산 아래를 돌아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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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햇살이 차갑게 비치고 있었다.

그리 춥지는 않았다.

등산복의 덕을 보기도 했지만, 날씨 또한 겨울 날씨 치고는 포근했기 때문이다.

연주대 바로 밑에 왔을 때 산등성이 너머로 과천과 청계산, 안양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연주대 쪽으로 올랐다.

기상관측소가 둥근 덩치를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연주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 보았다.

맑은 하늘 아래 사람들의 집과 도로, 그리고 어디를 그리 바삐 가는지 차들이 씽씽 달리고 있는 모습이 올라와 내 시선으로 들어왔다.

나는 가지고 온 물과 초콜릿을 먹으며 쉬었다.

꼬마 하나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내 옆에서 왔다갔다 한다.

꼭 강아지 새끼 같다.

나는 서울대 쪽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아무래도 가파른 길 같았기 때문이다.

역시나 올라왔던 길보다 가파르고 험난하다.

바위 투성이 길을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내려갔다.

까마귀 무리가 울며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한 마리의 까마귀가 바위 끝에 앉아 뭔가를 쪼고 있었다.

난 그놈을 카메라로 촬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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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고 바위 투성이며 미끄러운 길을 내려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늦은 시간인데도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저 사람들은 언제 내려가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뒤 돌아 서서 다시 한번 산 정상을 바라 보았다.

조용히 관악산은 지는 해를 등지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과 싸늘한 눈, 그리고 관악산의 침묵.

문득 내 마음 속에 고독이 밀려왔다.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오후 4시 30분 아까 통과했던 관악산 입구에 다시 섰다.

고독을 뒤로 흘려 버리고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반가운 아내의 목소리.

겨울 관악산.

상쾌한 친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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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op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