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42회 조남택입니다."
"용산 50회 오재승입니다."
우리는 박수와 함께 후배들을 환영했다. 새로운 얼굴들을 보면 누가 더 떨릴까? 저들일까, 우리 선배들일까? 난 아무래도 우리 선배들이 더 떨린다는 느낌이다. 후배들의 풋풋함으로 한 살, 두 살 젊어지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우리는 후배들을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고룡회는 9시경 맏형 전 성훈 선배가 합석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전 성훈 선배의 건배 제의가 있었는데, 그 제의에 따라 우리는 '위하여'가 아니라 '위하용(龍)!'을 외쳤다. 참 재미있는 건배 제의였다.
홍성진(38회)이 오랜만에 참석했다. 싱가폴 지사에서 근무가 끝나 지난 3월에 돌아 왔다 한다. 얼굴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조성혁 선배도 정말 오랜만에 뵙는다. 갑자기 살이 빠졌길래 왜 그러냐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다행히 건강에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고 일부러 살을 뺐단다. 혈당 수치가 좋지 않아 마음 먹고 건강 관리를 했다는데, 내 보기에는 더 젊어 보여 좋았다. 요즘은 책도 집필하고 있단다. 다음 달에 원고 작업이 끝나면 책이 나온다 한다. 조촐한 출판 기념회라도 열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고룡회가 뭐가 그리 좋은지 고룡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진회(38회)는 일을 보다 잠깐 얼굴이라도 봐야 하겠다며 10시가 다 되어서 들렀다. 다시 회사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아쉬웠다. 진오(38회)는 아이를 돌보다가 제수씨와 교대하고 9시가 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재영(38회)이는 또 어떤가? 지방에 내려갔다가 11시가 다 되어 왔다. 정말이지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고룡회는 강한 흡인력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솔직히 나도 그러하다. 낮에 신임교사들과 워커힐로 소풍을 갔다. 광화문에서 가볍게 칵테일 한 잔씩 했다. 신임 교사들이 아쉽다며 인사동 쪽에 가서 한 잔 더 하자고 졸랐으나, 내 발걸음은 고룡회로 향하였다. 신임교사들과의 술자리도 무척 아쉬웠으나 고룡회에서 그것을 달래기로 했던 것이다.
1년 3~4회 정도 자리를 마련해 보라는 전 성훈 선배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그러고 보니 그것이 가장 적절한 것도 같다. 그렇다면 다음 모임은 9월 경이 될 것이다. 고룡들의 승진 소식이 있으면, 고룡회 이름으로 축하 난(蘭)을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는 말씀도 있었다. 회비 갹출 문제를 고려해 준비할까 한다. 고룡회 이름이 들어간 근조기도 마련하기로 했다. 될 수 있으면 사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고룡들의 마음을 모으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한 고룡들이 있었다. 이 동주, 김성한 선배님과 백승업(37회), 그리고 최태환(38회)이 바쁜 일로 나오질 못했다. 다음 모임에는 꼭 참석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