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ARI의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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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은 끊임없이 생명의 위협을 이겨내야만 한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포식자도 물리쳐야 하지만, 외부에서 침입하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정교하게 작동하는 생리작용 과정에 나타나는 문제도 심각하다. 생물들이 그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생리활성 물질이다. 야생 감자는 솔라닌이라는 물질을 이용해서 생명을 위협하는 적을 퇴치하고, 개미는 개미산을 내뿜어서 적을 물리친다. 그런 생리활성 물질 중에서 우리에게 유용한 것을 찾아낸 것이 바로 천연 생약이다. 인삼의 사포닌이나 곰의 쓸개즙에 들어있는 우루소데옥시콜린산이 그런 경우다.

  그러나 자연산이라는 이유로 매력적인 천연 생약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생산량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 뿌리만 찾아도 큰 횡재가 되는 산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근에 뛰어난 항암 효과가 밝혀진 탁솔의 원료인 주목(朱木)의 경우도 그렇다. 우리나라에도 자생하는 주목은 성장이 너무 느려서 바둑판으로 쓰기에도 어려울 지경이다. 옛날부터 천연 생약의 효과를 극소수의 귀족들만이 누릴 수 있었던 것도 그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 천연 생약에 대한 집착은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버드나무의 껍질이 해열과 진통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알려져 있었다. 버드나무 껍질에 들어있는 살리신이라는 화학물질 때문에 나타나는 효과였다. 만약 몸살이 난 모든 사람들이 버드나무 껍질을 벗겨 먹었더라면 오늘날 지구상에서 버드나무는 멸종되어 버렸을 것이다. 실제로 뿔이 약효가 좋다는 소문 때문에 코뿔소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은 19세기 말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던 유기합성 때문이었다. 1859년에 독일의 콜베르라는 화학자는 콜타르*로부터 살리실산을 대량으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러나 살리실산은 역겨운 냄새가 나서 먹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류마티즘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살리실산을 먹느라고 고생하는 모습을 본 바이에르라는 제약회사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은 1897년에 살리실산과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을 반응시켜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약을 합성해서 아세트산의 `a'와 버드나무의 학명이 스피라이아의 앞 글자를 합성해서 `아스피린'이라고 이름지었다. 이것이 바로 신분의 차별 없이 우리 모두를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 준 합성 의약품의 시작이었다.

  합성 의약품은 천연 생약의 유효 성분을 화학적으로 확인해서 순수한 형태로 대량 생산한 것이다. 약효를 더욱 증진시키거나, 원하지 않는 부작용을 줄이거나, 또는 더 쉽게 복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 유효 성분의 구조를 조금씩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합성의약품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본다. 합성의약품으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연 생약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합성 의약품에 대한 홀대는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콜타르: 석탄을 고온건류(高溫乾溜)할 때 부산물로 생기는 기름상태의 검은 액체.

- 이덕환 <천연 생약의 정체는>에서

Posted by pop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