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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PET)병은 페트(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의 약자)로 만든 병이다. 이것은 음료를 담는 일회용 병으로 인기가 있다. 유리에 버금가는 페트의 투명함은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이 따라갈 수 없다. 그리고 내용물이 탄산음료나 주스일 경우 기체 투과도가 매우 중요한데, 페트는 PE나 PP에 비해 기체 차단성이 50배나 더 높다. 또한 페트재질은 강도가 강하고, 단열성도 뛰어나다. 영하 160℃까지 내려가는 국제우주정거장 표면에는 페트재질의 단열층이 붙어있다. 그런데 최근 페트병이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먼저 페트병은 자신의 몸을 성형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생수병과 콜라병을 놓고 보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꽤 다르다. 생수병은 편평한데 비해 콜라병은 굴곡이 있다. 자세히 보면 콜라병은 밑이 반구처럼 볼록한 병을 세우기 위해 둘레로 대여섯 개의 지지대, 즉 발이 있는 형태다. 톡 쏘는 탄산음료를 담고 있으니까 병모양도 튀게 만든 것이 아니다. 탄산음료는 바깥에서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상태로 병 내부의 압력이 2.5~3.5기압이나 된다. 따라서 생수병 모양이라면 밑이 압력을 이기지 못해 불룩하게 튀어나온다. 따라서 제조된 날부터 소비자가 마실 때까지 고압의 내용물을 담고 있으려면 내부 힘을 분산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페트병은 영역 확장을 위하여 체질 변화도 불사하지 않는다. 최근 웰빙 음료가 붐을 이루고 있는데, 그것은 대체로 미생물에 취약하다. 생수는 영양분이 없고 탄산음료는 산성이라 미생물이 자라기 어렵지만, 웰빙 음료는 보통 중성이고 영양분이 있어 미생물이 자라는데도 ‘웰빙’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균을 확실히 죽여야 하는데, 90℃ 정도의 고온에서 병에 내용물을 넣는 방법을 쓰고 있다. 만약 일반 페트병에 90℃의 내용물을 넣으면 흐물흐물해진다. 일반 페트의 유리전이온도, 즉 단단한 플라스틱이 물렁물렁해지기 시작하는 온도가 75℃ 부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이온도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공정이 필요하고, 특히 주입하는 액체가 처음 닿는 병목 부분은 조금만 변형이 생겨도 뚜껑이 꼭 닫히지 않으므로 더 확실해야 한다. 그래서 병목 부분은 따로 적외선을 쬐여 온도를 높여준 뒤 서서히 식혀주는 결정화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분자들이 더욱 촘촘하게 배열된 고분자가 얻어지고 겉모습은 불투명한 흰색이 된다.
한편 페트병은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첨단기술로 무장하고 있다. 다층 페트병은 겉모습만 보면 일반 페트병과 차이가 없지만 잘라보면 세층으로 분리된다. 안팎 두 층은 페트이고 사이에 기체 차단성이 높은 특수 합성수지 필름이 놓여있다. 이것은 맥주를 담는데 사용되는데, 왜 같은 탄산을 함유하고 있는 탄산음료병보다 맥주병이 더 까다로울까? 탄산의 톡 쏘는 작용으로 사람들이 가장 쾌감을 느끼는 농도는 병속 압력이 2.5기압 정도일 때라고 한다. 외부에서 고압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탄산음료는 처음에는 병속 압력이 3.5기압 정도다. 유통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일부 빠져나가더라도 탄산의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맥주는 자연발효 과정에서 탄산이 생성되는데 2.5기압 정도밖에 안 된다. 따라서 유통과정에서 이 수준을 지켜야만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또 맥주는 산화되기 쉬운 영양성분도 많으므로 공기 중의 산소 유입도 철저히 막아야 한다. 다층 페트병이나 차단성이 큰 첨가물이 포함된 페트병이 필요한 이유다. 그만큼 값이 비싸지는 것은 당연하다.
무겁고 깨지는 유리, 속이 안 보이고 한 번 따면 다 먹어야 하는 알루미늄 캔. 페트병에 익숙해질수록 이런 불편함이 더 거슬린다. 게다가 이제는 담지 못하는 내용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기능성 페트병이 나오고 있다. 모든 병은 페트로 통할 것이라는 말을 허튼 소리로 들리지 않게 될 것이다.
-강석기 <모든 병은 ‘페트’로 통한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