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눈이다!
우리는 일제히 <레아 하우스>의 창문 밖으로 눈을 돌렸다.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하얗게 내리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잔을 들어 건배를 외쳤다.
고룡들의 송년회는 하얀 눈과 함께 불그스레하게 무르익고 있었다.
7시. 할머니 가마솥 손두부집.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아늑했다.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난 저쪽 구석에 있는 철웅이, 일평이, 재호 형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곧 이어 승엽이가 오고, 성용이 형이 들어 오셨다.
그리고 처음 뵙는 이 동주 선배가 오셨다.
34기라시는데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동네 아저씨처럼 소박하고 편안한 모습이시다.
앞으로 자주 뵙기로 했다.
속속 고룡들이 들어왔다.
성환이 형, 승식이, 재영이가 반갑게 들어왔다.
성용이 형이 또 놀라운 얼굴이 오늘 오시기로 했단다.
바로 전 성훈 선배(31기).
내가 졸업하기 전 한 번 뵌 적이 있었다.
정말이지 반가웠다.
승엽이와 승식이는 자기 후배도 좀 들어 왔으면 아쉬움을 토로했다.
언제나 일에 떠밀려 사는 진회와 진오가 늦게 합류했다.
진오는 대선과 관련하여 매우 바쁜 모양이다.
그러나 헤어스타일 하나 바뀌지 않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다.
우리는 삼겹살 보쌈을 안주 삼아 소주를 기울였다.
역시 고룡들과 마시는 소주는 술술 들어갔다.
가장 기분 좋은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한 해 동안 나쁜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고룡들의 2007년이 무사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우리는 <레아하우스>로 자리를 옮겼다.
마담이 이뻤으나 잠시 눈길 한 번 주었을 뿐, 어느덧 나는 고룡들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야기는 점점 무르익어갔고, 우리의 얼굴도 조금씩 상기되어 갔다.
성용이 형의 말씀을 시작으로 <고구려 사람들이 우리 민족인가?>라는 주제로 열띤 논쟁을 벌였다.
성용이 형의 강력한 주장은 주위의 많은 고룡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전에 느껴 보지 못한 분위기였고 난 참 재미있었다.
밖은 하얀 눈이 더욱 많이 내렸다.
우리는 <레아 하우스> 문을 나섰다.
눈은 차가운 것이지만 이 날 얼굴에 닿는 눈의 감촉은 따뜻하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고룡들과 같이 있어서 그런가?
그냥 가기에 아쉽다는 철웅이와 일평이, 진오, 그리고 승엽이와 함께 <이프>로 갔다.
진오와 철웅이, 승엽이는 얘기가 뜨겁게 오고갔다.
얼마 만에 푸는 회포이던가?
밖은 눈이 멎었다.
그와 함께 우리는 헤어졌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창밖으로 한강 쪽을 바라보았다.
밝은 불빛 사이로 강물이 꿈틀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올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길목에서 고룡를과의 만남이 언제나 즐겁다.
그래서 난 행복하다
고룡들이여!
내년에도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