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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러시아가 ‘모든 폭탄의 아버지’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미국의 공중폭발대형폭탄(MOAB·Massive Ordnance Air Blast)보다 폭발력이 4배 강하다는 게 러시아 측 주장이다. 이 폭탄은 폭발 때 고열과 고압으로 사람의 폐와 기관을 손상시켜 죽이는 무기로, 폭발력이 44t에 이른다. 핵무기를 제외하면 현존하는 ‘최악(最惡)의 무기’다. 미국과 영국은 한 걸음 나아가 이 ‘최악의 무기’를 뛰어넘는 ‘극악(極惡)의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2020~2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개발 중인 레일건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로봇들이 쏘는 총을 떠올리면 쉬울 것이다.
레일건은 가스폭발로 추진력을 얻는 화학식 포의 한계를 전자기력으로 극복한 것으로, 입자가속총 또는 전자장 발사기라고도 불린다. 레일건을 만드는 일은 1800년대 물리학 이론만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어렵지 않다. 두 활주(滑走) 레일(전선) 틈에 전류를 흘려보낸 뒤 그때 발생하는 전자기력으로 레일 사이의 포탄을 발사하는 것이 레일건의 원리이다. 자기부상열차가 레일을 따라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처럼 탄환이 전류가 흐르는 전선을 따라 ‘울트라 메가 스피드’로 발사되는 것이다.
레일건의 탄(彈)이 날아갈 때 강한 소음이 발생하지만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덕에 적국은 발사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다. 탄이 날아가는 속도가 마하 7.5로 소리가 전해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다. 속도가 빠른 데다 에너지가 커서 파괴력이 엄청나다. 레일건의 총구 에너지는 740만J(줄·1뉴턴의 힘으로 1m를 움직이는 힘)이다. 한국군의 개인화기인 K2소총의 운동에너지가 1700~1800J임을 고려하면 ‘건(gun)’이라는 이름은 이 무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외에도 야간에 발사해도 빛이 발생하지 않아 시각만으로는 적이 발사 여부를 알 수 없다 점, 포탄에 장약을 넣을 필요가 없어 운반이 쉬우며, 발사에 필요한 추진체를 따로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레일건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현재로선 레일건 1문을 발사하려면 준항공모함급 선박을 운용할 때 필요한 에너지가 요구된다고 한다. 빠른 속도만큼이나 반동도 커서 영화에서처럼 레일건을 개인화기로 사용하는 것은 현재로선 공상과학(SF)의 영역이다. 영국 군사전문 주간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2016년 6400만J의 시험 발사대가 개발된 뒤 2020~25년 레일건이 실전 배치될 것이라면서 기술적 어려움이 있지만 레일건이 차원이 다른 무기로서 미래전의 모습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그렇게 되면 19세기 러시아 화학자 N.I. 키바르치치가 암살용으로 처음 개발한 ‘폭탄’의 시대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모든 폭탄의 아버지’라는 러시아의 신형 폭탄은 현존하는 폭탄 중 으뜸이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이 개발 중인 레일건은 ‘차원이 다른’ 무기다. ‘폭탄 다음의 무기’ 레일건은 50년, 10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것인가. 프랑스의 사상가 장 보드리야르(1929~2007)는 1981년 출간된 ‘시뮬라시옹’에서 “약소국들도 핵 공격력을 갖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핵 공격을 막기 위한 ‘저지 바이러스’다. 따라서 모든 폭발 위험이 제거된다”고 예견했다. 보드리야르의 말대로 핵무기의 증가 및 확산은 강대국 간의 대량살상 전쟁을 막아준 측면이 있으며 핵 사용 자체를 터부시하게 만든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레일건이 핵무기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아마겟돈(최후의 전쟁)’의 도구로서 ‘파멸’을 불러올 것인지 걱정하는 이유는 그만큼 그것이 가공할 무기이기 때문이다.
- 송홍근 <미래형 무기 레일건 “핵 빼고 다 꿇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