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ARI의 희로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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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담 스미스는 인간 사회가 시장(市場)이라는 원리로 조직되고, 그것은 조화와 균형의 낙관적 세계를 만들어 준다고 믿었다. 이러한 관점에 의하면 시장 기능이 전 세계로 확산돼 가는 과정은 상호의존과 세계화의 심화를 의미하고, 그것은 단순히 인류의 경제적 복지 증진뿐만 아니라 국제 평화로도 연결되는 것이다. 세계화를 통해 증진되는 복지를 그 어떤 국가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에 상호의존을 단절하는 국가간 적대행위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호의존과 세계화의 심화로 더 이상 전쟁은 생각할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을 편 영국의 노만 에인절이나, 1960년대 이후 다국적기업의 세계적 확산을 목도하면서 세계화를 예견했던 레이몬드 버농, 국경 없는 세계에서 세계기업 시대의 도래를 주장하는 조지 볼이나 오마에 켄이치 같은 사람도 모두 낙관적인 스미스적인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었다. 특히 1980년대 초 신자유주의의 전세계적 확산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시카고 학파 중심의 이른바 주류경제학자들도 비슷한 맥락에서 시장 논리에 의한 세계화가 복지 증진과 빈곤의 구제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임을 주장해왔다.

  이러한 아담 스미스적 세계관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아담 스미스의 세계관을 개인에서 곧바로 세계로 건너뛰는, 즉 국가라는 뿌리가 없는 비현실적 세계주의로 본 프리드리히 리스트, 민족적 특수성과 역사적 맥락을 강조한 독일역사학파 지식인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아담 스미스적인 세계관을 비판한 대표적인 학자로, 경제 인류학자인 칼 폴라니를 들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있어서 아담 스미스적인 세계관, 특히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에 대한 낙관주의적 맹신은 위험하기까지 한 것이었다. 그의 경제인류학적 조사에 의하면 원시사회에서의 시장을 통한 인간의 경제 활동은 총체적 사회관계 속의 하나의 부분으로서 부속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최근 3-4백년 전부터 시장이 사회의 지배를 벗어나 마음껏 휘저으면서 사회를 해체시켜나가는, 다시 말해 주(主)와 종(從)이 뒤바뀐 결코 낙관적일 수 없는 세계가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초반의 공황과 세계대전이라는 문명사적 대전환도 결국 아담 스미스적인 세계관, 즉 시장기능에 대한 맹신이 유럽국가들의 사회적 통합을 깨뜨려 나타난 결과였다.

  세계 자본주의는 이와 같은 두 세계관에 입각해서 일정한 주기로 순환 반복하고 있다. 2차 대전이후 세계경제질서로 등장한 브레튼우즈체제는 근대국가의 자율성을 전제로 하는 국내 복지의 추구와 국가들간의 세계화 심화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내재화된 자유주의'로 규정되었다. 이는 19세기의 자유방임적 자유주의와는 달리 폴라니가 주목한 국내복지의 추구를 통한 사회적 통합의 유지를 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일대 전기를 가져온 것이 미국과 영국의 금융 세계화정책이었다. 무역의 흐름은 자유롭게 하되 국내복지정책 추구를 위한 국가 자율성의 훼손을 우려해 자본흐름을 규제해 왔던 기본적인 틀을 1980년대 레이건-대처리즘을 통해 깨고 세계적 차원의 금융통합을 주도해나간 것이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출현이었다. 어찌 보면 사회적 통합의 중요성을 간과했던 19세기적 자유방임질서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1997-98년의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몇 개월만에 세계 위기로 확산되고 세계 공황 직전에까지 갔던 사례를 본다면 폴라니류의 경고는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더구나 국제적, 국내적 빈부격차의 심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과 불안이 테러리즘과 전쟁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세계화로 치닫고 있는 경제현실 속에서 그 부작용을 감당해낼 지구적 차원의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지역통합이다. 그러나 거센 세계화의 네트워크 속에서 지역주의적 대안이 얼마나 지구적 차원의 충격을 막아줄 지는 미지수이다. 시장논리와 사회적 통합간의 긴장관계를 21세기적 맥락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 우리는 아직도 그 해답을 모색하면서 역사의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윤영관 <세계화와 민족국가 - 시장논리와 사회적 통합 간의 긴장관계>에서

Posted by popari